먹다 남은 배달 음식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처음 맛 그대로 회생시키는 리쿡(Re-cook) 기술
[자취방의 영원한 고민, 식어버린 배달 음식]
1인 가구로 살다 보면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늘 딜레마에 빠집니다.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거나 1인분만 팔지 않는 메뉴들이 많다 보니, 결국 2~3인분을 주문해 먹고 남기는 일이 일상다반사입니다. 배를 채우고 남은 치킨이나 피자를 보면 든든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걸 어떻게 보관해야 다음에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섭니다.
보통은 배달 온 플라스틱 용기 그대로 혹은 종이 상자째로 냉장고에 쓱 밀어 넣곤 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꺼내어 전자레인지에 대충 돌려 먹죠. 하지만 그렇게 데운 치킨은 튀김옷이 눅눅하고 닭 누린내가 나며, 피자는 도우가 고무줄처럼 질겨져 결국 몇 입 먹지 못하고 버리게 됩니다. 이는 음식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수분을 빼앗겼거나, 데우는 과정에서 잘못된 열전달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남은 배달 음식을 미생물 오염 없이 안전하게 보관하는 위생 수칙과 함께,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 처음 배달 왔을 때의 '겉바속촉'한 상태로 되살리는 리쿡(Re-cook) 기술을 알아보겠습니다.
[본론 1: 0.5인분의 위생학, 배달 용기째 보관하면 안 되는 이유]
남은 음식을 보관할 때 가장 먼저 고쳐야 할 습관은 '먹던 용기 그대로 냉장고에 넣는 것'입니다. 음식을 먹는 과정에서 우리의 타액(침)이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통해 음식에 계속 묻게 됩니다. 침 속에 포함된 아밀라아제라는 효소는 음식을 삭게 만들 뿐만 아니라, 구강 내 박테리아가 음식물로 옮겨가 냉장고 속에서도 서서히 증식하는 원인이 됩니다.
내가 자취 초년생 시절 가장 자주 했던 실수가 바로 엽기떡볶이나 족발을 먹고 남은 대형 플라스틱 용기 그대로 뚜껑만 닫아 보관한 것이었습니다. 이틀 뒤 먹으려고 꺼내 보니 국물이 한강처럼 한강이 되어 삭아 있었고 시큼한 냄새가 났습니다.
안전한 보관을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소분과 밀폐'입니다. 배달 음식을 받으면 먹기 전에 미리 다음 날 먹을 만큼을 깨끗한 밀폐용기에 따로 덜어두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미 먹고 남은 음식이라면, 귀찮더라도 남은 부분만 새 밀폐용기로 옮겨 담아야 합니다. 이때 배달 용기에 묻어있던 양념이나 기름이 냉장고 내부 온도를 떨어뜨리는 방해물이 되므로, 5편에서 배운 소재별 특성에 맞춰 유리나 스테인리스 용기에 옮겨 담아 공기를 완벽히 차단해야 합니다.
[본론 2: 식은 치킨 부활전, 에어프라이어와 수분의 밀당]
배달 음식의 대명사인 치킨은 냉장고에 들어가는 순간 튀김옷의 수분은 날아가고, 내고 있던 기름은 굳어 단단해집니다. 이를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닭고기 내부의 수분이 급격히 증발하면서 튀김옷을 축축하게 적셔 축 늘어진 눅눅한 치킨이 됩니다.
치킨을 처음처럼 바삭하게 되살리는 핵심 장비는 '에어프라이어'입니다. 에어프라이어는 고온의 열풍을 순환시켜 식재료 표면의 수분을 날리고 공기 구멍을 만들어 바삭함을 살리는 원리입니다.
1단계: 냉장고에서 꺼낸 치킨을 실온에 10분 정도 두어 찬 기운을 살짝 뺍니다. 너무 차가운 상태로 넣으면 겉만 타고 속은 차가운 상태가 됩니다.
2단계: 에어프라이어 바닥에 종이 호일을 깔지 않고 치킨을 겹치지 않게 떨어뜨려 놓습니다. 종이 호일이 열풍의 순환을 막고 치킨에서 빠져나온 기름을 고이게 만들어 바닥 면을 눅눅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3단계: 160°C에서 5분간 돌린 후, 치킨을 뒤집어서 다시 180°C로 온도를 올려 3분간 추가로 돌립니다.
처음 낮은 온도(160°C)는 속까지 열을 전달하는 과정이고, 마지막 높은 온도(180°C)는 표면의 기름을 튀기듯 활성화해 바삭함을 극대화하는 리쿡 공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치킨 자체에 남아있던 지방 성분이 다시 뿜어져 나와 기름을 한 방울도 붓지 않아도 갓 튀긴 듯한 식감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본론 3: 고무줄 피자와 딱딱한 족발, 수분 가두기 기술]
피자나 족발, 보쌈 같은 메뉴는 치킨과 반대로 '수분을 어떻게 지키느냐'가 회생의 성패를 가릅니다. 피자의 도우는 전분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시간이 지나면 전분의 노화가 일어나 딱딱해집니다. 이를 전자레인지에 그냥 돌리면 수분이 다 날아가 베어 물기 힘들 정도로 질겨집니다.
피자를 데울 때의 과학적 꿀팁은 바로 '물 한 컵의 마법'입니다. 전자레인지 전용 접시에 피자를 올리고, 그 옆에 깨끗한 컵에 물을 3분의 1 정도 담아 함께 넣습니다. 그리고 30초에서 1분간 작동시킵니다. 마이크로웨이브가 컵 속의 물을 먼저 증발시키면서 전자레인지 내부를 촉촉한 스팀 오염 상태로 만들어 줍니다. 이 수증기가 피자 도우에 스며들어 치즈는 부드럽게 녹고 빵은 쫄깃함을 유지하게 됩니다.
족발이나 보쌈의 경우, 냉장고 안에서 콜라겐 성분이 굳어 젤리처럼 단단해집니다. 이를 에어프라이어에 넣으면 수분이 말라 육포처럼 변합니다. 이때는 '찜기 효과'를 내야 합니다. 넓은 접시에 남은 고기를 담고 소주나 청주를 한 스푼 가볍게 뿌려준 뒤, 위생 비닐이나 랩을 씌우고 구멍을 2~3개 뚫어줍니다.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간 돌리면 알코올이 증발하면서 고기의 잡내를 잡고, 갇힌 수증기가 고기를 찌듯이 데워주어 족발 특유의 탱글하고 야들야들한 식감을 그대로 살릴 수 있습니다.
남은 배달 음식은 침에 의한 박테리아 증식을 막기 위해 반드시 먹던 플라스틱 용기에서 꺼내어 새 밀폐용기에 소분 보관해야 합니다.
식은 치킨은 종이 호일 없이 에어프라이어에서 160°C(속 데우기)와 180°C(겉 굽기)의 2단계 온도를 적용해야 겉바속촉해집니다.
피자와 족발류는 전분의 노화와 콜라겐의 경화로 단단해지므로, 전자레인지 이용 시 물 한 컵을 동반하거나 랩을 씌워 수증기를 가두는 방식으로 데워야 부드럽습니다.
다음 7편에서는 "냉장고 냄새 잡는 과학적 원리"라는 주제로, 시중의 비싼 탈취제에 돈을 쓰지 않고도 베이킹소다와 커피 찌꺼기 등을 활용해 냉장고 안의 퀴퀴한 반찬 냄새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친환경 탈취 기술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남은 배달 음식을 데워 먹을 때 가장 실패하기 쉬웠던 메뉴는 무엇인가요? 오늘 알려드린 수분 제어 팁을 적용해 보시고 성공 여부를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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